[한국 조선, 해답은 있다-1] "배고프다니까 수술하자고?"
중국·일본 조선, 자국 정부 및 선사 지원으로 일감 확보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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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사진 위부터 반시계방향).ⓒ각사 |
구조조정 광풍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주가뭄이 지속되며 조선업계의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조선산업이 글로벌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경쟁국인 중국 조선업계는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자국 선사들의 발주로 최소한의 일감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조선업계에 대해 국책은행을 앞세워 구조조정만을 강요할 뿐
수주와 관련한 지원정책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는 각각 채권단과의 협의 하에
자구안 마련 및 구조조정 추진에 나섰다.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조선빅3’는
올해 들어 5개월 간 수주실적이 총 10척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수주가뭄까지 겪으면서
자금유동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조선빅3’에 일정비율 이상의 직원감축을 비롯해 비핵심사업 정리, 경기침체로 인해
활용성이 떨어진 설비 등 자산매각까지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중견 및 중소조선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이
‘조선빅3’까지 번지면서 한국 조선업계는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 광풍에 빠져들게 됐다.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더라도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상 조선소는 최소한의 일감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수주활동에 나서야 하나 글로벌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기업 차원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수입하는 화물에 대해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이용해
운송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점을 이용해 선박금융도 선박가격의 80% 이상을
1%도 안 되는 금리에 제공하기 때문에 선사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중국 은행이 선박 발주에 따른 부대비용까지 감안해 100% 이상의 자금을
거의 제로금리에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박 가격과 선박금융 측면에서는 한국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지원하진 않으나 일본 선사들이
일본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성향이 강하며 필요한 경우 일본 선사가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고 외국 선사가 용선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1월 이마바리조선이 수주한 11척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들 수 있다.
이들 선박은 자국 선사인 쇼에이키센카이샤(Shoei Kisen Kaisha)가 발주했는데
쇼에이키센카이샤는 대만 에버그린(Evergreen)과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했다.
발주에 따른 자금을 쇼에이키센카이샤가 부담하고 에버그린은 용선료를 지불하면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인 것이다.
이 계약은 이마바리조선의 마루가메조선소에 대형 도크가 없었음에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루가메조선소의 도크는 길이가 270m에 불과해
400m에 달하는 1만8000TEU급 선박의 건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마바리조선은 대형 도크를 건설한 이후 선박 건조에 나서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선박 인도시기도 조정됐다.
쇼에이키센카이샤는 외국 선사인 에버그린과 이와 같은 조건으로 용선계약을 이끌어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마바리조선은 조선그룹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 순위에서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3위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이를 비롯해 MOL(Mitsui OSK Lines)을 비롯한 일본 선사들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증가하고 있는 LNG 등 가스에너지 수입에 필요한 선박들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며
글로벌 수주가뭄 속에서 일본 조선산업이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선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며
정부는 이를 분명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외국 선사들이 한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도록 이끌 수 있는 정책 같은 것은 없다”며
“그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해안을 운항하는 페리선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한국 여객선사들이
한국 조선업계에 페리선을 발주해 노후 페리선을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이 정도가 현재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를 위한 지원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의 경우 대형 페리선을 건조한 사례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조선빅3’가 연안을 운항하는
페리선 건조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한국 연안을 운항하는 페리선은
현대미포, 대선조선 등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들에 적합하다.
구조조정에 나서더라도 안정적인 조선소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수주는 지속해야 하는 ‘조선빅3’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선박금융 지원과 일본 선사들의 자국발주 고집을 이겨낸 다음에
경쟁국들의 조선소와 수주경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시기에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은 당연히 추진돼야 하나 사람의 경우도 수술 받으면서
최소한의 음식은 섭취해야 수술을 버티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현재 정부는 당장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정작 현재의 위기상황을 버틸 수 있는 수주 지원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선조선, 5월에만 6척 수주
스테인리스 스틸 화학제품선 시장서 독보적 입지 굳혀
대선조선이 국내 선사들을 상대로 올해 첫 수주에 이어 5월에만 6척의 선박을 수주하며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주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조선은 지난달 31일 KSS해운과 3500t급 스테인리스 스틸 화학제품선 3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주로 대선조선은 5월에만 총 6척을 수주하며 극심한 수주가뭄 속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1일 에이치엔씨씨로부터 3500t급 스테인리스 스틸 화학제품선 1척을 수주한 대선조선은 29일에도 흥아해운과 6500t급 화학제품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수주한 선박 모두가 국내 선사와 체결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국내 조선·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조선은 이번 수주를 포함해 스테인리스 스틸 화학제품선 시장에 진출한 이후 총 12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이 중 5척은 선주사에 인도돼 운항 중이다. 다른 중견 및 중소조선소들과 마찬가지로 자율협약 체결 이후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대선조선은 국내 중견 선사들을 중심으로 2년치 일감에 달하는 21척의 선박을 수주잔량으로 보유하며 독자생존에 나서고 있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특수선 건조에 대한 대선조선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KSS해운이 이번 선박 발주를 결정하게 됐다”며 “지속되는 선박 건조 및 인도를 통해 국내 유일의 스테인리스 스틸 화학제품선 전문 조선소로서의 입지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STX프랑스, 크루즈선으로 연간 100억불 수주 채우나
옵션·MOU 포함 올해 수주 90억불 육박…수주가뭄 속 호황
STX프랑스가 크루즈선으로 연간 100억 달러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들어 옵션계약과 MOU를 포함해 이미 90억 달러 가까운 수주실적을 올린 STX프랑스가 남은 기간 추가수주에 성공할 경우 연간수주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STX프랑스는 로얄캐리비언크루즈(Royal Caribbean Cruises)와 크루즈선 3척 건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양사는 오아시스 클래스(Oasis class) 선박 1척과 에지 클래스(Edge class) 선박 2척을 건조하는데 합의했으며 오아시스 클래스 선박은 오는 2021년 상반기에, 에지클래스 선박은 각각 2021년 말과 2022년 말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식 건조계약이 아닌 만큼 이번 MOU와 관련해서 선박가격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업계에서는 로얄캐리비언크루즈가 이전에 발주한 오아시스 클래스 선박의 가격이 약 14억 달러였으므로 이번에 발주를 추진하는 선박도 이와 비슷한 금액에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아시스 클래스 선박은 22만GT급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양사는 3개월 내에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선박 건조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약까지 확정되면 STX프랑스는 올해 들어 총 7척에 달하는 크루즈선을 수주하게 된다.
지난 2월 MSC크루즈(MSC Cruise)로부터 18만GT급 ‘메라빌리아 클래스(Meraviglia class)’ 크루즈선 2척을 수주한 STX프랑스는 4월에도 MSC크루즈로부터 45억 달러 규모의 선박 4척(옵션 2척 포함)을 추가 수주했다. MSC크루즈의 두 번째 발주계획은 지안루이지 아폰테(Gianluigi Aponte) MSC그룹 회장이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대통령을 만나 밝힘으로써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들 선박은 기존 메라빌리아 클래스보다 큰 20만GT급으로 MSC크루즈는 이를 메라빌리아 플러스 클래스(Meraviglia Plus-class)로 명명했다. 로얄캐리비언크루즈와의 계약이 체결되면 STX프랑스는 올해 들어 옵션 포함 9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주실적을 거두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벌크선을 비롯해 가스선, 컨테이너선, 유조선까지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는 상황에서 STX프랑스의 수주행진은 양대 크루즈선 전문 조선소인 독일 메이어베르프트(Meyer Werft)와 함께 부각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올해 누적 크루즈선·페리선 발주량은 31척으로 벌크선(34척)에 이어 가장 많이 발주됐다. 하지만 벌크선은 40만DWT급 ‘발레막스’의 가격이 8500만 달러 수준인 반면 크루즈선은 적게는 7~8억 달러, 많게는 15억 달러에 달해 올해 글로벌 선박투자를 이끌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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