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해답은 있다-3]괭이 팔고 호미 팔고 나면, 뭐가 남나
‘조선빅3’ 설비 30% 감축하면 연간 7조원 외화 획득기회 날리는 꼴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광풍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까지 번졌다.
비용절감을 비롯한 구조조정도 시급한 상황이나 해운산업과 함께 전략산업이자 세계 1등을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조선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조선빅3’를 중심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와 글로벌 조선시장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으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까지 경영위기설이 대두되면서 정부는 조속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조선사 임직원들의 임금삭감 및 인원감축에 이어 선박 및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생산설비의 감축까지 강조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극심한 불경기를 이유로 설비감축에 나서는 것은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일부 설비의 감축까지 추진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부 도크의 순차적인 폐쇄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플로팅도크 매각 등 설비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조선빅3’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글로벌 호황기를 맞아 넘쳐나는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설비확대에 나섰다. 해양플랜트 수주가 증가하면서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건조를 위한 별도의 도크를 만들었으며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한정된 부지를 극복하기 위해 플로팅도크와 해상크레인을 추가 도입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01년 1840만CGT 수준이었던 글로벌 선박인도량은 2006년 3210만CGT로 3000만CGT선을 넘어선데 이어 2010년 5310만CGT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후 2012년 4750만CGT, 지난해에는 3650만CGT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3000만CGT 중반을 넘어서는 규모의 선박이 인도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경우 2001년 570만CGT 수준이던 연간 인도량은 2006년 1110만CGT, 2011년에는 1620만CGT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량도 1270만CGT로 여전히 1200만CGT 이상의 선박을 매년 인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 2009년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전자와 자동차를 제치고 수출 1위에 올랐으며 연간 1500만CGT 이상을 인도하던 2011년까지 한국의 수출 비중에서 1 0% 이상을 점유하며 ‘효자산업’으로 각광받았다.
연간 인도량이 2001년 대비 1000만CGT 이상 늘어나며 ‘효자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선박 발주가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인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벌크선을 중심으로 신생 조선소가 급증한 중국의 경우 한때 연간 인도량이 2000만CGT를 넘어선 반면 198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설비감축에 나섰던 일본은 호황기 시절에도 연간 인도량이 1000만CGT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자 일각에서는 ‘조선빅3’에 대해 설비의 30%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조선빅3’에 포함되지 않으나 현대중공업이 설비감축에 나설 경우 이와 비슷한 수준의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선빅3’에 대부분의 수주가 집중된 한국 조선업계 특성으로 볼 때 일본과 같은 설비감축을 단행한다면 대형 조선소 하나를 버리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에 따른 수혜는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조선빅3’와 현대삼호, 현대미포 등 한국 상위 5개 조선소가 인도한 선박은 총 953만CGT로 한국 조선업계의 인도량에서 7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상해외고교조선을 비롯한 중국 상위 5개 조선소가 자국 조선업계에서 차지하는 인도량 비중은 24.5%(318만CGT)이며 일본의 경우도 24.8%(166만CGT)로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확한 규모를 산정할 수는 없으나 생산설비 감축비중이 인도량 감소비중과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생산설비를 30% 감축한다면 한국 조선업계의 연간 인도량은 286만CGT가 줄어들게 된다. 국내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지난해 인도량이 249만CGT(50척)이므로 설비감축에 따른 인도량 감소 규모는 울산조선소 수준을 웃돌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수주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5월까지 글로벌 누적 선박 발주량은 불과 150여척으로 이와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연간 발주량은 500척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클락슨이 통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연간 기준 선박 발주량이 1000척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IMF 직후인 1999년(980척)이 유일하며 미국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침체됐던 2009년에도 선박 발주량은 1400여척을 기록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초유의 수주가뭄으로 선박가격도 200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2018년 하반기 인도를 목표로 선박 발주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통상 선박 건조에 2년 안팎의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사들은 올해 여름부터 조선사들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여론의 뭇매로 인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30%의 설비감축에 나선다면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규모의 외화획득 기회가 중국이나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울산조선소가 지난해 상선 인도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60억 달러로 7조원을 웃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현재로서는 호황기 당시 늘렸던 설비 중 일부가 선박건조에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산성과 효율 향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는 다른 누구보다 기업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그에 따른 적절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나 채권단의 강요에 의해 일률적인 설비감축이나 자산매각이 추진된다면 기업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글로벌 조선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경쟁국들을 이기고 조선강국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인지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위기의 현대중공업 ‘디지털 열풍’…
“역동적 조직문화 만들자”
사내 블로그 및 지식공유 사이트 개설 이어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
업종 특성상 보수적 이미지가 강하던 현대중공업에 조직문화 디지털 혁신 열풍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창사 이후 최초 블로그와 지식공유 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한 것. 이는 지난 2014년부터 본격화된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 및 수주가뭄 등으로 인해 침체된 사내 분위기를 진작하고 폐쇄적 조직문화를 시대 추세에 맞춰 역동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보고 문화를 조성하고, 주요문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일반 보고서 및 경상비 품의서에 전자결재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은 사내 사이트 결재 메뉴에 등록돼 있는 품의(보고)서 서식에 맞게 문서를 작성하고, 전사통합문서관리시스템(EDMS)에서 문서를 보관할 폴더의 속성을 선택하게 된다. 이후 결재자 및 동의자를 지정하고 결재를 올리면 결재가 완료된 뒤 지정한 EDMS 폴더에 자동으로 문서가 보관되는 방식으로 전자결재가 이뤄진다. 기존에는 보고서를 서면으로 결재 받은 후 문서의 보관 및 관리를 위해 다시 스캔해 EDMS에 등록해야 했다. 이중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등록하지 않고 누락되는 문서가 많았고 체계적인 관리도 어려웠다. 하지만 전자결재를 이용하면 결재한 문서가 자동으로 EDMS에 등록돼 누락 없이 문서를 관리할 수 있다. 또한 대면 보고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전자결재 도입 전 올해 초 신설한 사내지식공유 사이트 ‘하이스퀘어’를 통해 관련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총 1059명이 참가한 이 설문조사에서 70.6%인 748명이 ‘상사의 인식 변화’를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았다. ‘실무진의 인식변화’는 26.8%로 뒤를 이었다. 즉, 결재자와 실무자 모두가 복잡하고 중요한 사항은 대면으로 보고를 받더라도 의사결정의 표시는 반드시 전자결재로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시설투자 보고서 및 공사예산 집행 품의서 등으로 전자결재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에도 해당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3일 일반공개용 기업 블로그 ‘hi, hhi’를 공개한 데 이어, 하이스퀘어도 개설했다. 이는 동종업체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년 전부터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온 것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상당히 늦은 대응이다. 그러나 보수적 이미지의 현대중공업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뒤늦게나마 실천하는 것은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 또한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불황의 파고가 컸다는 방증”이라며 “과거 조선업종의 불도저식 이미자를 고수한다 해도 고객사 등에 어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
선주들 사로잡은 대우조선 LNG 기술력
저압용엔진 적용 재액화장치 MRS-F 시연회 개최
대우조선이 글로벌 선주 및 선급 관계자들 앞에서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수준의 LNG 기술력을 입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옥포조선소 내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천연가스 재액화장치인 ‘MRS-F’와 ‘PRS 플러스’ 시연회를 개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날 행사는 그리스 마란가스(Maran gas), 일본 MOL(Mitsui OSK Lines), 미국 ABS 등 해외 선주 및 선급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MRS-F(Methane Refrigeration System-Full re-liquefaction)’는 대우조선이 저압용 엔진에 탑재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천연가스 재액화장치로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증발가스를 직접 냉매로 활용해 재액화하는 신개념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기화가스 일부를 액화하는 PRS와 달리 증발하는 가스 전체를 액화시켜 화물창으로 보낼 수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재액화장치인 ‘PRS(Partial Re-liquefaction System)’를 개발하고 고압용 엔진(ME-GI)에 탑재해 시장의 호평을 받아왔다. 이어 저압용 엔진(X-DF)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재액화장치 기술 개발에 나서 1년여만에 ‘MRS-F’를 완성하게 됐다. ‘MRS-F’ 기술이 LNG선에 적용되면 척당 연간 40억원 이상의 운영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시연회에 참석한 한 선주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재액화 기술은 마술에 가깝다”고 극찬하며 대우조선에 발주 중인 LNG선에 ‘MRS-F’를 적용키로 결정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MRS-F’와 함께 소개된 ‘PRS 플러스(PRS+)’는 기존 대우조선이 개발한 PRS 대비 재액화량을 16% 향상시킨 기술로 선박 적용 시 선주들에게 추가 운영비 절감효과를 안겨주게 된다.
‘MRS-F’ 개발로 대우조선은 LNG선 고압용엔진에 이어 저압용엔진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 재액화시스템을 개발하며 수주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이와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발주된 LNG선의 57%에 달하는 35척을 수주했으며 천연가스 재액화 관련 국내외 특허는 ‘PRS 플러스’ 포함 총 28건으로 늘어났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재 51척의 LNG선을 수주잔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선박이 본격적으로 건조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호전돼 경영정상화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국내 기자재업체에 이전해 상생을 도모하고 국산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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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조선3사 익스포저 2년새 4조5000억원 급증
산은, 한진해운·현대상선 익스포저 64%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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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조선 3사의 은행권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2년여 만에 4조5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포저는
1조4988억원에서 1조7889억원으로 2901억원이 늘었다.
산업은행은 4월말 기준 1조1579억원의 익스포저가 있어
양대 해운사 전체 익스포저의 64%를 보유하고 있다.
6일 금융권과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의 은행권 익스포저는
2013년 말 46조603억원에서 지난 4월말 50조5399억원으로 4조4796억원이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기간 16조551억원에서 22조8302억원으로 6조7751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의 익스포저가 1조6859억원에서 6조3625억원으로 4조6765억원이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수출입은행도 10조4968억원에서 12조7242억원으로 2조2273억원이 늘었으며,
농협은행도 동 기간 3868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국민은행(179억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줄었다.
신한은행은 3216억원, 우리은행은 1245억원, KEB하나은행은 678억원이 줄었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는 이 기간 13조179억원에서 13조1044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산업(4484억원), 수출입(7141억원), 국민(4430억원)은 늘었지만 농협(-7453억원), 우리(-3977억원),
신한(-2187억원), KEB하나은행(-1896억원)은 줄었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는 16조9872억원에서 14조6052억원으로 2년 4개월간 2조3820억원이 줄었다.
산업(1조7071억원)과 수출입(5589억원) 등 국책은행은 2조2000억원 넘게 늘었지만
시중은행이 은행별로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가량을 줄였다.
신한은행이 1조4457억원을 줄였고, KEB하나(1조3382억원), 국민(9288억원) 농협(6826억원),
우리(5723억원)도 각각 위험노출액을 줄였다.
4월 현재 조선 3사 전체에 대한 은행별 익스포저는 수출입은행이 25조1093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산업은행(9조7606억원), 농협은행(3조5486억원), KEB하나(3조3899억원), 우리(3조3511억원),
신한(2조5507억원), 국민은행(1조8739억원) 순으로 많았다.
![](http://file.ebn.co.kr/bada_news/201606/news_1465183117_834348_main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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