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글로벌 ‘빅5’ 구도 깨졌다
중국 상해외고교조선, 현대미포 제치고 수주잔량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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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 모습 |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굳건해 보였던 한국 조선업계의 ‘탑5’ 구도가 중국 조선소에 의해 깨졌다.
이와 함께 일본 조선업계는 이마바리그룹의 조선소 두 곳이 ‘탑10’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순위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4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824만4000CGT(126척)의 수주잔량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1년간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503만2000CGT(90척)로 4개월 만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500만2000CGT, 104척)를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392만4000CGT(92척)로 4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현대미포조선은 284만6000CGT(127척)로 중국 상해외고교조선(303만CGT, 78척)에
5위 자리를 내주며 6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2월 구조조정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이 6위에서 9위로 밀려나며
글로벌 ‘탑5’ 체제로 재편된 한국 조선업계는 이후 상해외고교조선, 후동중화, 장수뉴양즈장 등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을 제치고 1위부터 5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상해외고교조선에 이어 장수뉴양즈장(241만6000CGT, 99척), 후동중화(219만7000CGT, 49척)도
200만CGT 이상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의 수주잔량 순위는
오는 2016년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일본 조선업계도 글로벌 ‘탑10’에 이름을 올리며 순위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이마바리조선의 마루가메 조선소는 189만CGT(47척)로 9위에 올랐으며
이마바리 조선소(163만1000CGT, 93척)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업계 호황기 이후 한국과 중국에 맹주 자리를 내줬던 일본 조선업계가
글로벌 ‘탑10’에 두 자리나 차지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국 조선소의 경우 자국 선사들이 올해 하반기 들어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발레막스’로 불리는
40만DWT급 VLOC(초대형광탄선) 등을 자국 조선업계에 잇달아 발주한데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IMO(국제해사기구)의 ‘Tier III’ 규제를 피하기 위한 벌크선 발주가 몰리며
연말 들어 수주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 역시 자국 선사인 쇼에이키센카이샤(Shoei Kisen Kaisha)가
이마바리조선의 마루가메조선소에 1만8000TEU급 및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발주하며
마루가메조선소의 수주잔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자국 선사가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내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한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선주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수주영업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중견조선소들이 채권단 관리로 인해 수주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도
글로벌 순위경쟁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159만2000CGT(61척)의 수주잔량을 기록하며
중국 뉴타임즈조선(160만2000CGT, 64척)에 이어 12위에 올랐다.
하지만 성동조선은 올해 첫 수주가 지난달에 겨우 이뤄질 만큼
수주행진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올해 초부터 수주영업에 나섰으나 채권단 간 추가자금 지원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삼성중공업의 위탁경영 논란 등으로 인해 채권단에 선박 수주를 위한 RG(Refund Guarantee, 선수금환급보증)를
요청할 상황이 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19위(126만5000CGT, 55척), SPP조선 사천조선소는
60위(109만8000CGT, 20척)를 기록하고 있는데 특
히 SPP조선의 경우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주건까지 채권단에 막히면서 올해 협상을 마친
8척의 선박 중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등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에 발주 막힌 선주들 “중국, 일본으로…”
RG 발급 5개월 기다렸지만 채권단 승인 이뤄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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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P조선이 건조한 MR탱커 전경.ⓒSPP조선 |
우리은행을 비롯한 SPP조선 채권단이 RG(Refund Guarantee,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거부하자
하루빨리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선주들의 발길이 급해지고 있다.
선주들은 SPP조선과의 수주계약 체결이 반년 가까이 지연되며
국내 다른 조선소와의 협상에 나서기도 했으나 업계는 수주난에 시달리고 있어도
도리가 아니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선주들은 한국 조선업계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중국, 일본 등 다른 국가 조선업계와 협상에 나서면서
채권단의 RG 발급 거부가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PP조선에 선박을 발주하려던 글로벌 선주들이
RG 발급 실패로 인해 방황하고 있다.
일부 선주들은 지난 여름부터 계약 체결을 기다리다 지쳐 발주 자체를 포기하기도 했으나
이미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발주에 나선 선주들은 하루빨리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국내 조선업계에 다급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SPP조선과 수주계약 체결을 희망하는 선주 중 일부는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을 기다리고 있다며 답답해하고 있다”라며
“이들 선주는 RG만 발급되면 바로 계약서에 사인할테니 서둘러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으나 정작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RG 발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SPP조선은 올해 총 8척에 달하는 선박 수주협상을 마쳤으나
이 중 RG가 발급돼 계약을 체결한 수주건은 단 한 척도 없다.
이에 따라 올해 중 선박을 발주하려던 선주들 중 일부는 아예 발주계획을
기약 없이 미룬 채 포기했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선주들은 선박 건조계약 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7년 하반기부터 선박을 투입하기로 용선계약을 체결한 선주는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 선주는 지난 7월 SPP조선과 수주협상을 마쳤으나
아직까지 RG가 발급되지 않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선박 건조에 최소 1년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6월까지 인도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기다리다 못한 선주측 관계자들은 국내 다른 중소조선소들과 협상에 나서기도 했으나
국내 조선업계로서는 당장 한 척의 선박 수주가 아쉽다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5개월이 지나도록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자 선주 측 최고경영자가 계약에 나선 실무자들을
호되게 질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그럼에도 RG 발급은 기약이 없어 실무자들은 국내 다른 중소조선소들을 방문해
선박 건조를 요청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국내 조선소들이 SPP조선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으며 SPP조선에 발급하지 않은 RG를
다른 조선소가 받았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단이 SPP조선의 청산을 추진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라며 “결국 국내 조선업계는 이 선주의 계약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SPP조선과의 계약 체결에 실패하더라도 한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고자 했던 이 선주는
현재 이와 같은 계획을 포기하고 중국 조선업계와 다시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RG 발급을 거부함으로써 SPP조선 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에 있는 다른 중소조선소도 시리즈선 수주에 대한 협상을 마쳤으나 RG 발급이 지연되며
선주가 일본 조선소와 계약을 체결하고 말았다”라며
“채권단의 RG 발급 거부로 한국으로 향했던 글로벌 선주사들이 중국,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지난 9월 SPP조선이 첫 RG 발급을 요청했을 때 추석연휴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한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선주사가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라며
“이와 같은 행태를 보면 채권단 간에 이미 SPP조선의 수주를 끊고 청산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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