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강수현

창사이후 최대수주 '기염' ... 현대미포는 척수 기준사상 최대

이경화 2013. 12. 28. 00:38

 

 

 

 

 

 

 

 

 

 

 

 

 

 

 

창사 이후 최대 수주 ‘기염’…현대미포는 척수 기준 사상 최대

 


대형선·중소형선 ‘시장 지배자’ 재확인 “수익성 여부 지켜봐야”

 

매년 연말이 되면 “올해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2013년은 특히 더 많은 일들이 발생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어오던 STX그룹이 결국 지나친 확장과 투자로 인해 공중 분해된 반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4년여의 침체기를 딛고 이제는 정말 경기가 회복된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한 해였습니다.

 

 

 

올해 결산기사는 기존 딱딱한 문체에서 벗어나 지난 2010년부터 출입해온 기자의 관점에서

 

약간의 히스토리를 엮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내용이 다소 길어질 수도 있겠으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소맥 한 잔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기사를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내용에 따라 어떤 분들께는 다소 불편한 기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올해 조선경기 회복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실 현대중공업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주금액 기준으로 조선업계 황금기였던 지난 2007년을 넘어 창사 이후 가장 많은 수주를 거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올해 조선경기 회복세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먼저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에는 항상 현대삼호중공업이 포함된다는 것부터 말씀드립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의 수주영업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수주실적 발표에

 

항상 현대삼호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삼호는 영업팀이 없지만 매년 현대중공업과의 협의를 통해

 

연간 매출 목표와 수주목표를 별도로 설정해두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에는 조선, 해양 뿐 아니라 육상플랜트도 같이 포함됩니다.

 

조선업계에 처음 출입하던 당시

 

“나는 조선업계 출입기자인데”라는 생각에 육상플랜트를 제외한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으나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육상플랜트를 따로 구분해서 집계하진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에는 울산조선소와 군산조선소,

 

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 등 3개 조선소에서 수주하는 내용과 육상플랜트 수주실적이 모두 포함되지만

 

지난 2012년 현대중공업은 148억 달러에 그치면서 연간수주목표(24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주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수주실적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올해 계약하기로 했던 수주 건이 상당수 내년으로 넘어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현대중공업의 수주행진은 가히 독보적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11개월 간 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선 36척, LNG선을 비롯한 가스선 40척,

 

유조선 20척,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등

 

총 229억 달러 규모의 선박 및 설비 144척을 수주했습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나란히 120억 달러 전후의 선박 및 설비 44척씩을 수주한 것과

 

감히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238억 달러로 정한 현대중공업은

 

12월 한 달간 9억 달러만 더 수주하면 올해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수주행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총 159척을 수주했으며 금액으로는 257억 달러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수주실적을 올린 기록이 지난 2007년의 258억 달러인데

 

이달 말까지 추가수주가 있을지 몰라서 어쩌면 사상 최대 수주기록을 갱신할 가능성도 있어요.”


현대중공업이 공격적인 수주행보에 나서면서 대외적으로는 아직 조선경기가 완연하게 회복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창사 이후 최대 수주라는 근사한 수식어를 붙이기에 충분합니다.

 


반면 조선업계 호황기 때 확보해둔 수주잔량이 올해 대부분 사라진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글로벌 1등 조선소’라는 자존심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업계에 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조선소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기준으로

 

‘향후 2년치 이상의 일감’을 꼽고 있으며 각 조선소의 영업팀에서도 이를 목표로 수주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준보다 두 배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게 된 시기가 있는데

 

그것은 ‘조선업계 황금기’의 종말을 고한 지난 2008년 3분기입니다.


2008년 9월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1천443만1천CGT(377척)에 달합니다.

 

같은 시기 대우조선, 삼성중공업도 각각 1천만CGT가 넘는 일감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1년 전인 지난해 12월 클락슨이 발표한 자료에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보유한 수주잔량은

 

466만1천CGT(126척)로 집계됐습니다.

 

4년 3개월 간 울산조선소의 일감이 거의 1천만CGT 줄어든 것이며

 

대우조선(538만5천CGT, 105척), 삼성중공업(641만1천CGT, 126척)도 절반에 가까운 일감이 줄어들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분은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가졌던 위기감은 500만CGT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감마저 연말까지 3분의 2 이상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2013년 1월 기준 울산조선소에 300척의 수주잔량이 있다고 치면

 

연말까지 이 중 200척 이상의 선박이 인도된다는 거야. 건조할 배가 없어서 9개에 달하는

 

도크 중 비어 있는 도크가 생긴다는 얘기지.”

 


조선소를 운영하는데 있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수주보다 더 무서운 것이

 

건조할 배가 없어서 비어있는 도크입니다.

 

매달 들어가는 운영비는 별 차이가 없는데 일감이 없다고 근로자들에게 집에서 쉬라고 할 수도 없고,

 

한 때 대한민국 노동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조선소 노조에 가서 일이 없으니 월급도 주지 못하겠다는 말은

 

‘당연히’ 꺼내지도 못하는 금기사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부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가 정한 기준보다 낮은 선가를 제시하는 선사의 제안은 거절하고 있다”며

 

가격에 대한 현대중공업 프리미엄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호황기 때 수주했던 일감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달하면서 올해는 도크를 채우는 데

 

우선순위를 뒀으며 현대중공업 관계자분도 지난 4월 “올해 들어 선박 가격에 대한 고집을 굽히면서

 

선사들의 발주문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글로벌 선박 가격이 가장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현대중공업의 수주가 몰리게 됐다는 부분입니다.


지난 1월 현대중공업은 캐나다 선사인 시스팬(Seaspan)으로부터 척당 1억2천만 달러에

 

1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는데 외신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계약은 척당 1억600만 달러 수준에 이뤄졌다고 지적합니다.


외신에서 말하는 가격과 조선소가 밝히는 가격이 제법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현대중공업에 문의를 했는데 현대중공업은 “선사가 홈페이지에 밝힌 내용도 우리와 동일하므로

 

잘못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드릴십의 경우 외신에 나오는 금액과 조선소가 발표하는 금액이 서로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선주사는 보통 선박가격에 금융비용, 감독관 파견비용, 선박 건조 후 인도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포함해서

 

총 투자비용을 발표하는데 상선의 경우도 그런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총 6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도 공시의무사항이 아니라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외신에서 지적하는 금액이 사실이라면 1만4천TEU급 컨테이너선은

 

시장에 처음 발주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한 셈이 됩니다.


▲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5만2천DWT급 MR탱커 전경.ⓒ현대미포조선

 

 

현대미포 역시 올해 들어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면서 척수 기준으로는 이미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현대미포는 올해 들어 총 59억4천만 달러 규모의 선박 171척을 수주했는데

 

이는 연간수주목표인 32억 달러를 85% 이상 초과달성한 것입니다.


“지난 2007년 118척을 수주하며 65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척수 기준으로 50척 이상 더 수주했지만

 

수주금액은 여기에 미치진 못해요. 그동안 선박 가격이 많이 떨어졌잖아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수주량 중 석유제품선이 5만DWT급 MR탱커 80척을 비롯해 총 133척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석유제품선 발주가 다른 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 같아 한 업계 관계자분께 문의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연말에 발주되는 것까지는 집계가 안 된 부분도 있고 누락된 계약건도 있을테니

 

이를 포함하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는 거의 100척에 가까운 선박이 발주된 것으로 보고 있어.”


이를 기억해보면 현대미포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수치를 능가하는 수주실적을 거둔 셈입니다.

올해 초 외신에서 현대미포가 수주한 MR탱커의 가격이 2천900만 달러로 3천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석유제품선을 주력으로 하는 SPP조선이 수주한 선박의 가격이 이보다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그동안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현대미포 프리미엄을 강조해왔던 것과는 상반되는 현상입니다.

“2천900만 달러 아니고 3천만 달러에 계약이 됐어요.

 

그리고 울산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법인인 현대-비나신 조선소에서 수주한 것이라

 

국내 수주와 다소 가격차이가 발생한 것이니까 이런 부분은 참고해줬으면 합니다.”


현대미포가 공격적인 수주행보에 나서면서 다른 중소조선소들은 상대적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선사들은 ‘쇼핑’을 즐겼다는 게 업계 관계자분들의 설명입니다.


예를 들자면

 

A선사가 중소조선소인 B조선소에 와서 그동안 100원에 계약하던 선박을 95원에 계약하자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95원에 수주하면 수익성을 맞출 수 없는 B조선소는 난색을 표하고

 

A선사는 현대미포로 가서 같은 요구조건을 제시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현대미포가 계약을 체결하자고 나서면서 시작됩니다.

A선사는 계약 체결을 미루고 다시 B조선소에 와서 얘기합니다.

 

“현대미포가 95원에 수주한다고 하면 현대미포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B조선소는

 

90원이나 85원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거 아니냐?”

중소조선소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거부한 계약을 현대미포가 받아들이는 것은

 

타 조선소 대비 월등하게 높은 생산성 덕분입니다.

 

실제로 중소조선소에 근무하다 현대미포로 이직한 한 업계 관계자분은

 

“현대미포에 가니 내가 딱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선박은 쉴 새 없이 건조돼 나오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80척에 달하는 MR탱커를 수주했다면 이에 따른 시리즈선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도 물량이라면 당연히 다른 조선소보다 좀 낮은 가격에 수주했다 하더라도 적자는 안 볼 것만 같습니다.

그럼에도 현대미포는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우리는 현대미포 프리미엄이 있어서 다른 조선소보다 높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고 있으며

 

다른 조선소들이 저가수주에 나서고 있어 항상 피해를 보고 있다”던 그동안의 주장에 대해

 

살짝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현대미포가 오는 2016년까지의 선표를 채우고 2017년 인도분에 대한 수주영업에 나서면서

 

이제는 다른 중소조선소들에게 수주기회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대미포가 선박 다 쓸어가던 때는 물론 힘들었지만 이제 현대미포 도크가 채워졌으니

 

다른 중소조선소들에게 발주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선사 입장에서는 2017년에나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다면 메리트가 상당히 떨어지죠.

 

그리고 석유제품선도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선박이기 때문에 중국보다는 한국 조선업계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12월 들어 현대미포는 또 다른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3천500만 달러를 넘기 힘들던 MR탱커의 가격을

 

 4천만 달러 선으로 끌어올린데 성공한 것입니다.

“선사가 비공개를 요청해서 밝힐 순 없는데 세계 최초로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면서

 

 꽤 괜찮은 조건에 계약이 됐어요.

 

내년에는 선박 가격이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SPP조선을 비롯한 다른 조선소들도 상반기에 비해 선박 가격이 꽤 올라간 수준에서

 

수주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올해 선박 가격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는 선사들은 주요 조선소들의 도크가

 

이미 2016년 인도분까지 채워졌으니 조급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전남 영암에서 만난 하경진 현대삼호중공업 대표도

 

 “지난해 100원에 수주협상을 했다고 하면 올해는 120원, 125원을 제시하며 계약에 나서는 선주들도 있습니다.

 

보수적인 해운업계에서 누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게 되면 선주들은 다시 앞 다퉈 선박 발주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올해는 현대중공업이 대형선 시장에서, 현대미포가 중소형선 시장에서

 

‘시장의 지배자’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한 해였습니다.


선박 가격이 바닥을 찍은 시기에 수주몰이에 나섰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들 선박이 인도되는 2015년,

 

2016년 실적을 보고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우리가 수주에 나서면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자는 없다”라는

 

사실이 제가 조선업계를 출입해 온 4년 중 올해처럼 극명하게 확인된 적은 없습니다.


2007년 기준 선가를 올해에 대입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선종별로 자세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클락슨에 따르면 2007년 5만1천DWT급 유조선의 가격은

 

5천250만 달러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를 올해 현대미포가 수주한 MR탱커에 적용해본다면 현대미포는 MR탱커만으로

 

42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를 거둔 셈입니다.

참고로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257억 달러(159척) 중 조선 부문은 141억 달러,

 

해양/플랜트 부문은 116억 달러입니다.

 

2007년에 수주한 258억 달러(218척) 중 조선 부문은 231억 달러,

 

해양/플랜트 부문은 2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