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이경화
축복도 없이 메마른 비탈에서 태어나
없음보다 못한 생의 의미를 찾다가
찬바람에 의식이 숨틔었을 땐
너무나 가진것이 없음을 알았다
얇은 껍질은 벌레먹고 여린속살은 추위에 얼었다
짧은해는 실낱같은 생명의 유혹이었고
그 아래 풀인듯 말라 버리기를 기도했지만 고통을 새롭게 찔러넣는
매자일뿐 해거름이면 잔혹하게 비웃는 그이빨 긴긴 밤에는 아린 상처와 추위에 신음하며
수치스러운 삶에 통곡하였고
태양 아래서는 남다른 가냘픔이 부끄러워 밑으로 밑으로 기어들기만 했다
하마 수없는 날들에 흘린 아픔과 소외의 눈물
그 눈물은 아무도 모르는 뿌리를
깊게 깊게 내렸다
어느날 고고의 나락에서도
남은 성긴잎들에 생동감이 벅차게
치솟쳤다
뿌리가 생명의 근원에 닿은 것이다
웅장한 생의소리가 줄기를 오를때
그는 황홀함에 떨며 처음으로
맑고 큰 외침을 토했다
나도 나무다
이제 그는고운단풍 풍성한 과실은 없으나 눈물의 향기를 지닌
곧고 굳게 자라는 사철나무다
그런데 사철나무는 생의 예언대로
살면서도 늘 다친다
그러나 밤이면 맑은 눈물로 상처를하얗게 닦아내는 스스로
가꾸는 뿌리가 깊은 사철나무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야생화만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