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 산동면에 산수유꽃이 임 오신다는 소식에
얼룩무늬 잔설도 두려워하지 않고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은 감기 몸살인 줄 알았는데
상사병이라는 것을 털어놓지 못해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한 애석한 이야기도
메들리로 엮어서 사랑하는 당신에게 들려 드리오리다
그리우면 그리운 데로 참는 게 미덕인 줄 알고
여간해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수줍은 여인에 꽃으로 말문을 열지 않던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속살까지 드러내고
알몸 유혹에 뭇사내들이 봄바람난 발가벗은 목련에
얽힌 러브스토리를 밤새워 당신에게 들려 드리오리다
수줍어 연분홍 가슴을 피워내지 못했던
봄의 여왕 여수 영취산 진달래가
그동안 가슴에 담아놓았던 하고 싶은 말을
꽃마차에 바리바리 싣고서 임을 만나는 날
진달래 화전으로 시장기를 달래며
나 당신에게 고백하리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잘 익은 아름다운 봄을 아낌없이 통째로 드리겠습니다
높이 들면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갈 것 같은 당신
땅에 놓으면 찹쌀떡처럼 흙 묻을 것 같은 당신
꼭 쥐면 가랑잎처럼 부서질 것 같은 당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귀에 담아도 가렵지 않은 당신
지구의 종말이 와도 일편단심 민들레는
태풍에도 맞서고 소낙비에도 멈추지 않는
무지갯빛 사랑을 이 세상 단 한사람 당신께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