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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영화 필름이 귀한 시절, 마릴린 먼로는 <뜨거운 것이 좋아>란 영화 촬영에서 대사 한 마디 하는데 무려 59번이나 NG를 냈다.
마릴린 먼로 이후, NG 횟수의 세계 기록보유자는 누구일까.
그 놀라운 기록은 1982년 홍콩에서 달성되었으며,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고 한다.
바로 홍콩출신 배우 '성룡(成龍)'이다. <용소야(龍小爺)>에서 자그마치 1600번의 NG를 냈다.
이 영화에서 400~500번의 NG 장면이 번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배우의 연기가 부족하기 보다는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와 감독이 욕심을 낸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성룡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화려한 NG 퍼레이드다. 스크린에 엔딩 자막이 올라가도 관객들은 극장 객석을 뜨지 못한다. 본 장면보다 더 재미있는 NG를 보기 위해서다. 문득 인생에도 NG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더 완벽한 연기를 위해 NG로 처리하듯, 인생을 잘못 살면 'NG!'라고 말하고 다시 한 번 산다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 텐데 말이다. 인생에 NG가 없는 이유는 아마 삶의 순간순간이 모두 버릴 수 없이 중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 60대 여사장이, 얼마 전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여자 혼자서 어렵게 원단사업을 시작해 이제 자리를 잡아 살만해지니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사업 초기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자신의 건강도 신경 쓰지 못한 채 오직 돈 버는데 온 정성을 다했다.
이제 웬만큼 재산도 모으고 자기가 없어도 사업이 잘 돌아가게 되어 편해졌다 싶은데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니 그만 허탈해졌다고 한다.
그녀는 물었다.
“인생을 다시 한 번 살 수는 없나요?” 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돈보다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며, 무작정 달리기만 했던 인생을 눈물 흘리며 후회했다. 실패한 인생은 NG로 처리하고 다시 새롭게 산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새로운 삶을 산다 해도 사람은 똑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지면 아마 같은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면 그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생을 산다 해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행복은 작은 것이라도 열정을 가지고 이루어내는 것에서 얻는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닐 때 행복감은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인생의 NG가 있어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실패자는 없겠지만 아마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NG로 처리하면 그 순간에는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행복할지 모르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없고 언제든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가슴 속의 진정한 행복이 아닌 것이다. 최종회 방영 중에 방송사고가 났다. 한 시간 전에 드라마 촬영이 끝나 시간에 쫓긴 방송국은 마지막 부분의 편집이 제대로 안된 상태로 방송을 내 보냈다.
그리고 편집이 제대로 된 것은 며칠 후 재방송을 통해 방송이 되었다. 이처럼 방송은 편집하고 또 재방송 할 수 있어도, 한 번 지나간 인생은 편집도 재방송도 없다. 인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성공도 지금이며, 실패도 지금이기에 재생하거나 편집할 수가 없다.
만약 NG가 있다면 열심히 살아온 수많은 나날들이 때로는 허무질 수도 있으니, 인생의 NG는 없는 게 좋다.
그래도 살다가 NG가 생각나면 뒤 돌아보지 말고 앞을 보기 바란다. 열심히 살다보면 인생은 자연히 새로운 모습으로 편집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