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의 추억
이 경화
과수원집 아이는 사과가 밥이다
사과나무 위에 동그마니 앉아 사과를 먹는다
볼 붉은 아이 얼굴을 살짝 깨물어 주듯이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지만
볼 붉은 사과위에 내려앉으면 이내 빨개지고 만다
나뭇잎도 수런수런 바람에 나부낀다
아이는 한 마리 작은 짐승처럼
나무 등걸에 딱 붙어 있다
어느덧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시장바닥에서 사과상자를 본다
볼이 붉은 사과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