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의 말
이경화
오래되어 지병이던 것
홍역꽃처럼 혀끝에 돋아나도 말할 수 없던 것
꿈속인 듯
나는 호명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무대에 선 저의 말을 기다리는 무서운 눈동자들
뱅뱅 입안에서만 맴도는 하고픈 말들
어릴 적부터 말이 어눌한 내게는
형벌과도 같은 독촉이었습니다
관중석에서 누군가 내게 손짓을 합니다
주춤주춤 한 걸음씩 나는 무대 끝으로 다가갑니다
나도 손을 들어 그를 향해 손짓을 하지요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어느새 나는 훨훨 나비가 되어 무대 위를 날아다닙니다
신명난 날개짓에 온몸이 흠뻑 젖어듭니다
한마리 두 마리 무대에도 객석에도
나비의 어깨춤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