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문정희
나의신속에 신이 살고있다
이 먼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아무데도 아는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뿐
처음걷기를 배운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있어 한발자국 한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못한 나의발이 살고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물살같은 자유를
배울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곳에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 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