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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단 기술" 이라는 대목

이경화 2017. 3. 31. 19:44

 

 

 

 

 

 

 

 

 

 

 

 

 

 

 

 

 

 

 

 

결혼하고 알았다,

     사랑은 열정보다 기술이란 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대체 사랑이 뭐란 말인가.

 '사랑에 미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같은 과격한 사랑의 구호가 범람하고,
문학과 음악과 영상과 심지어 과학까지 망라하는 사랑 타령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

그래도 성에 안 차 아직도 진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영혼이 도처에 넘친다.
이들의 갈증을 위해 사랑의 현자(賢者)께서 강림하셨으니,
그 이름 알랭 드 보통(47) 되시겠다.

이 작가가 대체 어쩌다 사랑의 석학이 됐는지 알 수 없으나
박식한 성(性) 지식은 기본이요,
이혼전문 변호사에 필적하는 전문가적 심리 해부학을 설파한다.
멋들어진 제목으로 변형됐지만,
원제는 '사랑의 강의'(Course of Love)다. 강의를 한 번 들여다보자.



영국 에든버러에 사는 갑남을녀 라비와 커스틴의 삶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보여주면서,
저자는 내레이터로 참여해 이들의 상태(사랑)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시도한다.

두 사람은 첫 번째 데이트에서 키스,
두 번째 만남에서 거사(!)를 치르며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다.

보통 연애소설이라면 갓 피어오르는 꽃망울의 아름다움과
그 위로 쏟아져 내릴 빗방울을 묘사하겠지만,
저자는 그 낭만을 발로 걷어차 버린다.
커플이 겪은 이 일련의 사건이 러브스토리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알았다, 사랑은 열정보다 기술이란 걸

그에 따르면 진짜 러브스토리는
 "평생 서로의 포로가 되겠다는 엄숙한 서약을 나눌 때"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사랑의 시작에 대해선 과도하게 알면서도,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다"고 몰아붙인다.
그렇다.
이번 소설이 '키스 앤 텔' 이후 저자가 21년 만에 펴낸 장편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전작과 달리 결혼 후의 얘기까지 담았다는 것.

이 소설은 저자가 유부남이 된 후에 쓰였다.
결혼을 겪자마자 그는 비로소 사랑의 신이 돼버린 것일까?
대체 그의 정신에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좀 더 살펴보자.

라비와 커스틴은 부부가 돼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케아 점포에서 어떤 유리잔을 구매할지를 두고 20분을 다툰다.
몇 번의 다툼 후 라비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난 미친 여자와 결혼했어."
그러나 모든 긴장의 순간마다 그 긴장을 더 팽팽하게 하는 진짜 의문은 이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
가끔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가 발발하면,
사람은 토라진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홀로 웅크리면서도 상대가 자발적으로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저자는 여기서 또 재밌는 학설을 제기한다.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토라진 사람은 자신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상대방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를 존중하고 신뢰한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그러니 우리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익혀둬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 능력이다."


결혼 후 부모가 된 남녀는 아이를 통해 새로운 사랑의 원형을 체험한다.
결혼 후 부모가 된 남녀는 아이를 통해 새로운 사랑의 원형을 체험한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육체적 결합을 통해 아이를 낳는다.
결혼 4년 차에 돌입한 두 사람은 종족의 새로운 일원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를 통해 부모는 새로운 사랑의 원형을 체험한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봉사"라는 가르침이다.

부모는 갓난아이의 울음, 발길질, 슬픔의 원인을 짐작해내야만 한다.
성인 간의 관계와 차별되는 자애(慈愛)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언어가 없을 때, 그 이면을 살피는 것.
인류를 사랑으로 대한다는 것이 바로 이러한 장면이리라.

그럼에도 사랑의 한계는 온다.
아이의 머리가 굵어지면서 악마적 본성을 드러낼 때, 부모는 황망해진다.
교육을 위해, 자애의 화신 역할 대신 짜증 나고 따분한 배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부부 관계도 재설정된다.
서로가 상대에게 여전히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받으려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점차 멀어진다.
라비는 결국 바람을 피운다.

저자는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매력에 의구심을 품은 채 자신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존재인지
계속 알아내야만 하는 애처롭도록 불안정한 남자들이 어떤 위험한 짓을 벌이는가."


사랑은 발단·전개·위기·절정의 단계를 지나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그 마지막을 위해 기억해 둘 한 문장.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단 기술"이라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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