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책소개

어떤나무

이경화 2016. 11. 29. 21:17

 

 

 

 

 

 

 

 

어떤나무

 

비탈길에 서서

나는 언제나 투박한 껍질을 쓰고 메마른 마음을 접는다

 

추위에 속살을 저미는 고통을

어루만저 줄 손길도, 한마디 말도 없다

눈부신 햇살이 닿아도 가냘픈 몸은

아픔과 소외의 속앓이를 하며

당신에게로 다가갈 수가 없다

 

한숨과 눈물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몸속 뿌리에 스며들 뿐

 

어느날

나의 몸에 성긴 잎들이 돋아 날 때도

당신은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나혼자 무성한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빨간 단풍으로 치장을 해도

당신은 묵묵부답이다

 

이대로 겨울을 맞아 온 몸이 무너져도

당신은 나를 쓰다듬어 주지 않겠지

 

밤이면 마음 속 눈물로 상처를 닦아내는

나는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애달픈 한그루 비탈길에 선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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