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진, 우선 지식부터 쌓아라

이경화 2016. 9. 21. 20:56

 

 

 

 

 

 

 

 

 

 

 

 

 

 

 

 

 

 

 

 

 

 

 

 

지진, 우선 지식부터 쌓아라

 

 

 

‘규모 5.8의 강진(强震) 한반도를 흔들다'

 


‘규모 5.8, 경주 진도(震度) 6'
‘5.8 강진에도 피해 적은 이유는?’

 


놀라긴 놀랐나 보다.

지난 9월 12일 일어났던 경주 지진 얘기다.

 

신문 제목을 봐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누구나 ‘강진'이라고 얘기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고가도로가 꽈배기처럼 뒤틀려 넘어졌던 1995년 일본의 한신(阪神) 대지진이나 지진해일이

마을을 휩쓸고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던 2011년 도호쿠(東北) 대지진 때

‘모든 것이 파괴되는 진도 7’이라고 했던 것 같다.

5.8이니 6이니 하는데 엄청나게 큰 지진인가?



사실 ‘규모 5.8의 강진'이란 표현은 틀렸다.

같은 지진이 일본에서 났다면 일본 언론은 아마 ‘진도 4의 중진(中震)’ 정도로 기사를 썼을 것이고,

기사 자체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에선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수준의 지진이기 때문이다.


지진의 힘을 나타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규모(規模)'다.

이른바 ‘매그니튜드’를 붙이는 수치인데, 지진의 체급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표로는 6~7 정도가 강진이고 그 이상을 대지진이라고 부른다.

5.8 정도면 강진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규모'는 말 그대로 체급이라 실제로 사람이 체감하는 충격과는 다르다.

아무리 헤비급 선수의 주먹이라도 스쳐 맞거나 두터운 쿠션 위로 맞으면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듯이 지진이 지표에서 깊은 곳에서 일어났거나

먼 바다에서 일어났다면 피해가 적을 수 있다.

이래서 추가로 사용하는 지표가 ‘진도'다.

진도란 실제로 그 지역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기준으로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지진이 많이 나는 일본에서는 실제 지진의 충격을 가늠하기 위해

대부분의 언론이 진도를 제목으로 뽑는다.

일본의 진도는 0부터 시작해서 7이 최고다.

진도 5부터가 강진으로 분류되는데,

진도 5라면 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수준이다.

물론 진앙지에서의 거리에 따라 같은 지진이라도 진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본에 큰 피해를 준 1995년과 2011년 지진의 진도가 최고 7이란 것은 이 기준에 따른 것이다.

30% 이상의 가옥이 무너지고 땅에 단층이 생기는 수준이다.

올해 4월 구마모토 지진도 진도 7로 판정됐다.


우리나라도 2000년도까지 이 일본식 기준을 사용했는데,

2001년부터는 미국 등에 맞춰 ‘메르칼리 진도’를 쓰기 시작했다.

1부터 12까지로 분류되는데 특별히 강진의 기준은 없다.

다만 일본의 강진 기준처럼 벽에 금이가고 건물이 무너지는 수준이라면 7~8정도이다.

이번 지진은 가장 심하게 흔들렸던 경주의 진도가 이 메르칼리 진도 6에 해당하는데

일본식 진도로는 4 정도다.

역시 ‘중진'인 셈이다.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되던 한국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딛고 있던 발판,

지표가 흔들린다는 것은 아주 낯설고 두려운 경험일 것이다.

당황도 했고 재난문자도 늦었고 방송은 계속 딴청이었다.

이후의 여진에서도 실수가 반복됐다.

실수가 이리 많은데 앞으로도 규모 6.0의 지진이 날 수도 있다니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굳이 ‘중진'밖에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경주 지진 정도라면,

그리고 앞으로 날 수 있다는 규모 6.0 정도의 지진이라면

지레 겁먹고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정도면 준비할 수 없는 재앙도 아니고 극복할 수 없는 재앙도 아니다.

일본에서는 최근에 경주지진보다 강한 진도 5, 심지어는 6의 강진에도 여간해서는 피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오랫동안 지진과 같이 살아오고 대비해온 일본과 우리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내진 기술 등도 발전해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

물론 콘트롤 타워 확립이니, 비상 경보체계 정비니,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가스관 체크니 할 일이 많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지진이 났을 때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진에 대한 지식을 쌓고 행동요령을 익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내진설비가 일본만큼 안된 우리나라인만큼

지진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빨리 알고 판단해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최소한 진도가 6이라면 그게 일본식 진도인지 메르칼리 진도인지,

그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정도로 교육은 돼 있어야 위기시 정부-국민간 소통이 가능한다.

발표하는 용어가 무슨 뜻인지 알기라도 해야지,

모두 외국어로 들린다면 대처가 불가능하다.

미디어조차 규모가 중요한지 진도가 중요한지 혼동하고 흥분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전하지 못하면

거기서 나오는 혼란이 더욱 무섭다.

일본과 비교해 주거형태가 대형 아파트 비중이 큰만큼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시에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뛰어나오는 상황이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더욱 공포스러운 것이다.

지진이란 괴물은 일단 잘 알아야 패닉이 일어나지 않는다.

할 일이 많지만 일단은 국민들의 지식부터 쌓아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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