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집 짓는 정자새,
파란 깃털 얻고자 새 해치기도
진화적 관점서 본 아름다움… 동물도 美的 감각 갖고있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자연선택설'을 찰스 다윈이 내놓았을 때,
풀지 못한 의문이 하나 있었다.
왜 어떤 동물의 경우 외양이나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워야 할까?
그는
"공작 꼬리 깃털을 볼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이 거대한 부채꼴 꼬리는 도대체 적자생존의 개념에 들어맞지 않았던 것이다.
자연계에는 이것 말고도 실용성과 무관한 기관이 발달한 동물이 많다.
일각고래는 여러 개의 치아 중 하나만 길게 자라서 유니콘처럼 뻗어 나오고,
딱새의 꽁지는 길이가 몸뚱이의 다섯 배가 넘는다.
결국 다윈은
'성(性) 선택설'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
이런 특징은 수컷에게만 나타나는데,
배우자 선택 과정에서 암컷들이 좋아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미국 뉴저지 공과대에서 철학과 음악을 가르치는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로텐버그는
좀 다른 발상을 했다.
그는
'아름다움' 자체를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정자새는 파란 깃털, 파란 플라스틱, 파란 스푼 등
파란색으로 빛나는 모든 것을 모아 오랜 시간 정자(亭子)를 짓는다.
자신이 살 둥지도 아니고,
암컷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을 꾸미려고 더 아름다운 파란 깃털을 얻기 위해
다른 새를 해치기도 한다.
- 공작과 나비의 날개는 왜 인간도 아름답게 느낄까.
- ‘적자생존’만이 아닌 ‘아름다운 자가 살아남는’
- 또 다른 가설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그는 미적(美的) 감각이 인간에게만 허락된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만약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동물도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다윈조차
"인간 여성이 수컷 공작의 깃털로 자신을 꾸미는 것을 보면,
그것이 아름답다는 데는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하지 않았나.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각각의 종이 저마다 고유한 미적 가치관이 있고,
이것이 해당 종이 좋아하는 색·소리·모양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지 가설을 제기한다.
자연계에는 이미 좌우 대칭과 균형, 대비라는 미적 감각이 내재되어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생물학·화학·수학·신경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클레, 칸딘스키 등의 추상미술이 보여주는 순수한 형태와 선, 색채의 아름다움은
자연에서도 발견된다.
심지어 분자 구조도 아름답지 않은가.
책의 원제인 'Survival of the Beautiful'은
다윈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을 살짝 비튼 제목이다.
자연이 적자생존뿐 아니라
'아름다움'이란 기준에 따라서도 선택을 해왔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은 우리로서도 기분 나쁘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