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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버지의 이야기

이경화 2015. 3. 14. 21:39

 

 

 

 

 

 

 

 

 

 

 

 

 

 

 

 

 

 

 

 

 

 

 

 

 

 


이제 쉬었다 가요

나무 작대기도 거기 내려놓으시구요

 

당신이 좋아하시는 찔레꽃도 환하게 피어났어요

찔레꽃 가뭄 들면 하늘만 바라보던

섬진강 웃대꿀 열댓마지기 논배미는

평생을 지고도 다 못진 당신의 등지게였다지요

 

경운기도 못 다니는 비좁은 논둑길을

등판이 휘도록 혼자 짊어지고 다녔다지요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괜찮다 괜찮다 하며 어깨의 통증

밤새도록 돌아눕곤 했다지요

당신의 헛기침이 다져놓은 신작로를

말표고무신이 까까중 머시마들을 데리고 다녀요

 

벌써 마을은 지워지고 모판 한 짐이 참방거려요

이제 내려놓으라고 달빛은 졸졸 따라다니구요

무논자락에선 개구리울음소리가

밤새도록들판을 감았다 풀었다 하네요

 

허기진 하루 돌아설 때

당신이 내려놓은 무거운 등지게는

이제 내가 지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