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은 8일 김외현 전무와 김권태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총 88명에 대한 2010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외에 하경진 상무 등 8명을 전무로, 박성근 상무보 등 29명을 상무로 승진 발령하고, 이윤식 부장 등 48명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부문은 물론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전 사업부문에서 큰 폭으로 신규 선임이 이뤄져 전체 그룹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인사 내용. ◇현대중공업 △부사장 김외현, 김권태, 김성모 △전무 하경진, 윤명철, 안병종, 가삼현, 김대영, 임영길, 김동대 △상무 박성근, 이치호, 김대웅, 이성조, 김원환, 채인석, 최을곤, 김숙현, 성문섭, 류한호, 김창곤, 정하식, 김해근, 김동출, 이종광, 이재운, 김창수, 지상표, 정승조, 배한성, 이태범, 전헌개, 예병국, 김태홍, 차동찬 △상무보 이윤식, 최정호, 김철환, 김율택, 강영석, 박상철, 이영철, 이성건, 이상균, 윤종양, 김창식, 김태현 (해양), 이규식, 최규명, 최홍철, 김태현(플랜트), 김종석, 김경열, 손진록, 정종호, 김명조, 김흥국, 이구홍, 김영환, 조만규, 송석현, 박철순, 이상기, 신근성, 양진섭, 공기영, 박용환, 양동빈, 정봉기, 김장천, 김덕호, 조성우 ◇현대미포조선 △전무 이영훈 △상무 박진동, 장일근 △상무보 안수복, 서호원, 한영삼, 유희철, 문우진, 박태욱, 정동희 ◇현대삼호중공업 △상무 장옥재, 이균재 △상무보 김기수, 이성규, 주평노, 주종홍 [출처] 현대중공업 임원인사|작성자 포토뉴스 |
“조선소 야드와 도크가 내 집”
현대삼호중공업 강수현(59) 사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 30년 넘게 근무했지만 한 번도 울산과 목포의 조선소 야드와 도크를 떠난 적이 없다.
1970년 부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강 사장이 1972년 처음 현대중공업에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미포만의 현대중공업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에서 그는 일선 기사를 거쳐 생산부서와 기술영업 부서 등을 거치며 현장경험을 쌓는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일한 세월이었다”고 강 사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을 달게 된 것은 입사 18년째인 1990년. 임원이 된 강 사장이 처음 맡은 보직은 인사·노무 담당이사.
1980·90년대 전투적 노동운동의 본거지였던 현대중공업에서 노·사담당 임원으로 8년 간 근무하면서 강 사장은 “마음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한다.
강 사장이 노무 담당임원으로 있던 1990년대 초반은 현대중공업의 노동운동이 가장 극에 달하던 시기. 노동자들의 골리앗 농성과 74일에 달하는 장기 파업 등 타협을 모르는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통해 생산직 노동자들이 무엇에 불만을 가지고 무엇에 기뻐하는지 그들의 생리를 생생히 알게 됐다고 말한다.
매사에 시원스럽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조직 장악력 및 추진력과 논리 정연한 말솜씨가 강점으로 현장 직원들을 리드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강 사장의 능력은 이 때 길러진 것이다.
그리고 이 때의 경험은 1999년 그가 삼호중공업의 위탁 경영팀으로 파견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1997년 한라그룹이 외환위기로 해체되면서 부도위기에 몰린 한라중공업은 1999년 삼호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대중공업이 위탁 경영을 맡게 된다.
1998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생산총괄 전무를 거쳐 1999년 삼호중공업 조선본부장으로 파견되어 삼호중공업의 안살림을 총괄하게 된 강 사장은 공정개선 및 공정효율화를 통하여 매출 4800억원대의 회사를 단 1년 만에 매출 1조원대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가 처음 삼호중공업에 부임했을 당시 삼호중공업의 조업률은 불과 40%로 수주잔량은 7척에 불과했고 부도 전 외주인력을 포함해 6200여 명이던 직원은 3200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배 만드는 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야드와 도크는 썰렁했고 직원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조선본부장으로 생산을 총괄하게 된 그는 부임하자마자 현장 생산직원들의 경조사까지 직접 챙기며 현장 직원들과의 끈끈한 결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또 현장 팀 사무실을 찾아 팀 개선 활동, 안전점검 활동 등에 직접 참여해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등 하루에도 수차례 생산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는 현장중심의 경영으로 직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또 현장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경영현황 설명회를 개최해 신뢰를 이끌어냈다.
그가 얼마나 현장직원들을 꼼꼼하게 챙기는지 보여주는 일화 한 가지. 뙤약볕에서 바짝 달아오른 조선용 후판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조선소 직원들에게 한여름은 한겨울보다 더 고역이다. 생산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직원들의 이러한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강 사장은 본사 직원은 물론이고 외주업체 전 직원들에게 여름철에 별도의 속옷 2벌과 양말 2켤레를 지급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혹자는 그 까짓 것이 뭐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한 여름에 땀에 절어 일을 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배려한 강 사장의 세심함은 직원들의 감동을 사고도 남았다.
특히 최장 72일 간의 파업을 비롯해 해마다 노사협상 때면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굳어진 노사관계에도 불구하고 현대삼호중공업이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강 사장의 공이 크다.
강 사장은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노조원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면서도 논리정연한 말솜씨와 과감한 결단력으로 노사타협을 이끌어 내는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강 사장은 노사협상에 임할 때는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협상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노조의 동의를 받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이처럼 노사협상을 잘하는 비결에 대해 강 사장은 ‘일체이유심조(一切而唯心造)’라는 말로 설명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생각하기에 따라 세상은 달라 보일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풀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직장생활 30년을 현장에서 보내면서도 강 사장은 한 번도 공부하는 것을 멈춘 적이 없다.
이미 1980년대에 조선분야 최고 기술인 기술사 자격을 획득한 그는 인사·노무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노사관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자 울산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틈틈이 대학에 나가 특강을 하곤 한다.
강 사장은 얼마 전 특강을 나간 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설날에 왜 고향에 가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확고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느지 궁금해서 이런 질문을 던져 봤다는 강 사장은 “똑바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며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보다 자기 생각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 처음 사장으로 승진해 CEO로서 온전히 홀로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게 된 강 사장은 “현대삼호중공업이 조기에 정상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들의 노력과 현대중고업의 지원도 지원이지만 조선업이 호황이었던 덕도 크다”며 “올해 고유가·고금리·고원화 등 ‘新 3 高’로 수출기업의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반드시 매출목표(2조7000억원)를 달성해 그동안의 실적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겠다”고 말한다.]
강수현 사장의 성공비결
▷생산현장을 파악하라- 8년 간 노사협상 전담하며 생산직 근로자 생리 파악 강수현 현대삼호중공업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