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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강

이경화 2013. 2. 26. 15:10

 

 

 

 

 

 

 

 

 

 

 

삶의 생동감 넘침 응응

 

 

엄마의 강
김경곤
2013년 02월 20일 (수) 17:24:57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세살아이가 병아리장 앞에 앉아있다
일하러 들어 간 엄마는 병아리만 돌본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데 병아리가 무섭다
왕겨자루를 후벼 파는 고사리 손이 파랗다
 
병아리가 되기 위해 깔짚에 눕기도 했고
저녁의 여물을 먹어 보기도 했었다
동장군이 뭉클거리는 칸막이 안의 세상을 꿈꾸는
아이의 고독은 소란한 병아리장을 넘보고
흔들리는 귀농일기는 잘게 써져야했다
입 안에 돋은 혓바늘처럼
아이는 성년이 되어서도 병아리를 무서워한다
자전거를 배우면서 비틀린 하늘을 알았을 때
엄마는 또 병아리를 낳았나,
귀농일기는 마이너스 장부를 오래 주무르는 사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성년이 된 아이는 짐을 싸야만 한다
농촌과 도시의 칸막이,
강을 건넌다

 

■ 시작노트
푸른 꿈을 안고 귀농한 부모 따라 시골로 이사 온 아이, 엄마는 먹고 살기 바쁘다고 아이는 뒷전, 오밤중 잠에서 깬 아이는 추운 겨울, 병아리 장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초보 농군 엄마는 병아리를 돌보느라 아이는 뒷전이고 병아리들에게 엄마를 빼앗겨버린 아이는 병아리처럼 되고 싶다. 병아리들은 자기 엄마라고 짹짹 소리 지르며 아이를 왕따시키고 어릴 적 트라우마는 성년이 되어도 고쳐지질 않고 엄마의 초라한 귀농일기는 가난의 강에서 빠져 나올 줄 모른다. 성년이 된 아이는 강을 건넌다. 자신만의 일기를 쓰기 위해.

 

■ ※김경곤 kyungkonk@naver,com 시집 <황동부전나비의 비상> 공저<어떤 추상화의 모티브> 계간 <다시올문학>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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