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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편지

이경화 2012. 2. 5. 14:37

 

 

              가장 아름다운 편지

 

 

 

 

 

밤이면 소쩍새 울음 끝에

애처롭게 매달린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시도때도없이 활화산 용암처럼 솟구치고

기러기 날개 끝에 빼곡히 적힌 사연은

평생을 읽어도 못 읽을

그리움에 편지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당신이었습니다

갈대 바람이 유난히 그리움을 부채질하는 

가슴 시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머리끝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아름다운 웃음을 읽고

밤이 깊은 창가에 그리움으로 왔다 가는

사모곡에 가까운 헛기침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 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이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백예순다섯 통의

아름다운 편지를 가슴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보고 싶은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부치지 못한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그리움을 참아내며 괜찮은 척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만큼
나도 견디는 척하는 것이라고

편지 첫머리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당신이었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백예순다섯 통의 부치지 못하고

가슴 복판에 정갈하게 쌓아둔 당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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