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속에 계란?
병 속에 계란 넣으려면? 고정관념 깨고 싶다면, 이 문제부터 풀어보세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개척지는 남극도 북극도 아니다.
당신의 두 귀 사이에 있는 뇌(腦)다.
전두엽전영역(1600㎠)은 뇌 표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지능과 기억력의 중추다.
그 주름진 집 속 어딘가에 생각이 살고 있는 것이다.
'손과 뇌'(바다출판사) '생각의 경계'(한권의책) '메타 생각'(리콘미디어)….
생각을 탐사하는 책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히말라야에 오르는 코스가 여럿이듯이,
이들은 각각 뇌과학·통계학·수학을 길잡이 삼아 생각으로 나아간다.
창의성, 지식으로의 진화를 살피는 '생각 탐험기'들이다.
◇손이 먼저인가, 뇌가 먼저인가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장을 지낸 일본 뇌과학자 구보타 기소우가 쓴 '손과 뇌'. 손에서 출발해
뇌로 더듬어가는 책이다.
작은 뼈 27개로 이뤄진 사람 손은 사물을 집거나 잡는 것 말고도 의사소통의 도구다.
악수, 가위바위보, 애무, 격투, 발레, 수화(手話)….
손을 쓰는 것만으로도 손재주가 늘고 운동의 시·공간적 패턴이 학습 되면서 요령이 생긴다.
이때 전두엽전영역이 작동한다.
유아에게 촉각 자극이 중요하듯이, 손이 뇌에도 자극을 주는 것이다.
- 삶은 계란을 식초에 담근다.
- 병 속에 불을 피우면 압력이 낮아진다.
- 껍데기가 말랑말랑해진 계란을 병 입구에 올려놓으면 깨지지 않고 병 속으로 들어간다.
- 피카소는 “예술은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손은 또 하나의 뇌"라고 이 책은 말한다.
손은 뇌의 명령을 받는 운동기관일 뿐 아니라 뇌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전하는 감각기관이다.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손과 뇌는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해왔다.
구보타 교수는 "도구를 활용해 수렵·채집을 하는 생활양식이 뇌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손은 뇌의 창의력을 실현하는 도구지만,
동시에 손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썼다.
손을 점점 덜 쓰는 문명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그 대목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의 말이 떠오른다.
"스마트폰이 똑똑해질수록 사람은 더 멍청해진다."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
김성호 카이스트 교수가 쓴 '생각의 경계',
변호사 임영익의 '메타 생각'은 생각 공간을 넓히고 창의력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
먼저 초등학생용 수학 문제 하나를 풀어보자.
1부터 100까지 수를 모두 더하라.
제한 시간은 30초(힌트: 일일이 더하지 말 것).
정답을 찾는 간단한 방법은 수를 둘씩 짝짓는 것이다.
1과 100,
2와 99,
3과 98 같은 쌍의 합은 다 101이고 총 50쌍이니 101×50=5050.
'메타 생각'은 "이미지가 생각"이라고 잘라 말한다.
되도록 계산을 피하면서 패턴을 발견하려 애쓰면 수학이 훨씬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23×12도 곱하지 않고 작대기를 그려서 푸는데 입이 떡 벌어진다.
"고정된 틀에서 빠져나와 그 틀에 있던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게 메타 생각이다.
그동안 달려온 생각의 레일을 돌아봐야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생각의 경계'는 생각과 생각이 만나는 점이지대에 집중한다.
김성호 교수는
"우리는 이미 생각의 경계 안에 있는 익숙한 것에는 둔감하고 낯선 것, 흥미로운 것에 집중한다"면서
"늘 생각의 경계면을 말끔히 닦아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깥세계를 상상하고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때 생각의 부피가 커지고 새로운 생각도 움튼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을 쓴 루트번스타인은 "이 학문과 저 학문을 연결하는 직관적인 상상을 길러주는 게 교육"이라고 말했다.
앞을 볼 수 없었던 헬렌 켈러는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바람과 꽃, 노을과 박물관,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지식에 뿌리를 둔 상상이 사고의 전이(transfer of thought)를 가능하게 한다.
스탠퍼드를 비롯해 세계 유명 대학에서 MBA와 다른 학문의 이종결합을 시도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선진국형 책 트렌드?
뮤지컬 '위키드'에서 남자 주인공 피예로가 부르는 노래 '댄싱 스루 라이프(Dancing Through Life)'는
"생각이 없으면 고통도 없지/
어차피 죽어 먼지가 될 테니/
중요한 건 없어/
그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할 뿐/
그러니 춤으로 채우는 거야~"로 흘러간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인셉션'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장 강력한 기생충이 뭘까요?
박테리아?
바이러스?
바로 생각입니다.
죽이기도 어렵고 전염성도 강해요.
머릿속 깊이 박힌 생각을 제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이번에 나온 생각에 대한 책들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망치처럼 다가온다.
문제은행식 주입 교육에서 벗어나는 길도 어렴풋이 일러준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심리학이 인기를 끌듯이 생각에 대한 책들 또한
그런 유행의 한 줄기"(전중환 경희대 교수)라는 말도 영 틀린 것은 아니다.
이 책들이 생각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성적이 올라가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생각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서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생각이라는 히말라야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산이 결코 아니다.
이런 책들 하나하나가 작은 발걸음이요, 때론 베이스캠프다